김장 준비를 시작하면 고춧가루나 배, 마늘만큼이나 고민되는 재료가 바로 젓갈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액젓만 넣으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된 김장김치의 깊은 감칠맛은 단순한 액젓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김장용 젓갈은 단맛·짠맛 두 축을 넘어, 발효 과정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공급하고 김치 풍미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핵심 재료다. 어떤 젓갈을 쓰느냐에 따라 김치 맛은 같은 레시피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젓갈은 단순한 비린 조미료가 아닌, 김치의 “육수”와도 같은 재료다. 각각의 젓갈이 지닌 숙성 향, 염도, 감칠맛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용도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김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김장용 기본 젓갈 3대장
김장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젓갈은 크게 새우젓, 멸치젓, 갈치젓이다. 각각 역할이 다르며 동시에 사용했을 때 가장 균형 잡힌 맛을 만든다.
1. 새우젓 – 김치 간의 기준점
김장에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젓갈이다. 특히 추젓이나 육젓은 살이 단단하고 육질이 살아 있어 김장에 적합하다.
특징
- 깨끗하고 가벼운 젓갈 향
- 짠맛 위주의 구성
-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
역할
- 김치 간 맞추기
- 과한 젓갈 향을 억제하고 균형 잡기
- 발효 안정성 보조
새우젓은 김치에서 “염도 조절용 기본 베이스” 역할을 한다. 단독 사용 시 맛이 담백하지만, 다른 젓갈과 섞었을 때 전체 맛의 기준점을 잡아준다.
2. 멸치젓 – 깊은 감칠맛 담당
멸치젓은 멸치액젓보다 훨씬 농축된 감칠맛을 지닌다. 분쇄해 양념에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징
- 강한 해산물 향
- 농후하고 진한 감칠맛
- 숙성 깊이가 큼
역할
- 김치에 깊고 묵직한 맛 부여
- 장기 숙성용 김치에 필수
멸치젓은 소량만 사용해도 김치 전체에 감칠맛의 중심축을 만들어준다. 특히 묵은지, 김치찌개용 김치에는 필수 재료라 할 수 있다.
3. 갈치젓 – 단맛과 부드러움의 조화
최근 인기가 높아진 김장 필수 젓갈이다. 갈치 특유의 지방질에서 나오는 단맛과 부드러운 향이 특징이다.
특징
- 비린 향이 적음
- 은은한 단맛
- 질감이 부드러움
역할
- 젓갈 향 부담 완화
- 단맛·감칠맛을 둥글게 연결
갈치젓은 멸치젓의 강함과 새우젓의 담백함 사이를 메워주는 ‘완충재’ 같은 역할을 맡는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부드러운 김치 맛에 특히 잘 어울린다.
김장에 자주 쓰는 보조 젓갈
기본 3대 젓갈 외에도 김치의 개성을 더해주는 보조 젓갈들이 있다.
1. 황석어젓
- 숙성 향이 진함
- 깊고 중후한 감칠맛
- 남도식 김치에 자주 사용
묵직하고 강한 향 덕분에 김치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통 김치 스타일에 적합하다.
2. 전어젓
- 고소한 풍미
- 부드러운 젓갈향
- 지방이 많아 단맛 생성
갈치젓과 유사하되 향은 조금 더 구수하다. 담백하면서도 풍미를 강화하고 싶을 때 활용된다.
3. 조개젓
- 바다 향이 맑음
- 비린맛 적음
- 산뜻한 뒷맛
백김치나 물김치처럼 가볍고 깔끔한 김치에 사용하면 좋다.
실패 없는 젓갈 배합 비율
김치 전문가들이 가장 안정적인 기본 비율로 추천하는 배합은 다음과 같다.
새우젓 50% + 멸치젓 30% + 갈치젓 20%
이 조합은
- 염도 안정
- 감칠맛 중심 확보
- 비린 향 완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한다.
젓갈 향이 부담스러우면 갈치젓 비율을 늘리고, 진한 전통 풍미를 원하면 멸치젓 비율을 높여 조절하면 된다.
젓갈 사용 시 주의점
1. 과도한 사용 금물
젓갈은 감칠맛 덩어리이지만, 지나치면 쿰쿰한 냄새와 쓴맛이 올라온다.
특히 멸치젓, 황석어젓은 소량만 사용해야 균형이 잡힌다.
2. 숙성 상태 확인
젓갈이 지나치게 오래 되었거나, 산패된 향이 있다면 김치 전체 맛을 망칠 수 있다.
- 고린내 → 사용 금물
- 쿰쿰하지만 구수한 향 → 정상
결론 – 젓갈 선택이 김치의 품격을 결정한다
김장김치의 품질은 고춧가루와 배뿐 아니라 어떤 젓갈들을, 어떤 비율로 섞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기본 간과 밸런스 → 새우젓
- 깊은 감칠맛 → 멸치젓
- 부드러운 단맛 → 갈치젓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황석어젓이나 전어젓을 보완하면 대부분의 김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김장 젓갈은 단순한 ‘비린 재료’가 아니라 김치의 풍미를 설계하는 핵심 퍼즐이다. 올해 김장을 준비하며 습관적으로 하나의 젓갈만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여러 젓갈을 조합해 자신만의 김치 맛을 만들어보자. 그 작은 선택이 김치 맛을 완전히 바꿔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