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이나 겉절이를 담글 때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액젓 선택이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멸치액젓이 기본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멸치를 선택하지만, 어떤 집에서는 까나리액젓만 고집하기도 한다. 실제로 두 액젓은 향, 염도, 단맛, 감칠맛의 결이 크게 다르며, 이 차이가 김치 맛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의 차이는 단순히 “비린 정도 차이”가 아니다. 원재료부터 숙성 방식, 풍미 구조, 발효 안정성까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김치를 담글 목적과 취향에 따라 액젓을 선택하는 것이 곧 김치 맛을 설계하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멸치액젓의 특징
원재료와 숙성 방식
멸치액젓은 멸치와 소금을 섞어 장기간 숙성시켜 만든 전통 액젓이다. 보통 1년 이상 숙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고급 제품은 2~3년 숙성을 거친다. 숙성 기간 동안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성분이 풍부하게 생성되어 깊은 감칠맛이 완성된다.
맛과 향의 특징
- 향: 진하고 묵직함, 해산물 향이 분명함
- 맛: 짠맛 뒤에 깊은 감칠맛이 길게 남음
- 단맛: 거의 없음
- 색상: 짙은 호박색
멸치액젓은 처음에는 짠맛이 강하게 다가오지만, 입안에 남는 감칠맛이 풍부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김치가 숙성될수록 맛이 더욱 깊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김치에 미치는 영향
멸치액젓을 사용한 김치는 전반적으로 맛의 밀도가 높고, 젓갈 향이 비교적 진하게 형성된다. 발효 안정성이 뛰어나 오래 두고 먹는 김치나 김장김치에 특히 적합하다.






까나리액젓의 특징
원재료와 숙성 방식
까나리액젓은 까나리(청어과 소형 어종)를 소금에 절여 비교적 6개월~1년 내외로 숙성시켜 만든 액젓이다. 숙성 기간 자체가 멸치액젓보다 짧고, 원료 생선의 풍미도 부드러운 편이다.
맛과 향의 특징
- 향: 비교적 가볍고 깔끔함
- 맛: 짠맛이 둥글고 자극이 덜함
- 단맛: 은근하게 느껴짐
- 색상: 밝은 황갈색
까나리액젓은 비린 향이 덜하고 단맛이 살짝 배어 있어 초기 맛이 순하다. 덕분에 김치를 담갔을 때 바로 먹어도 부담이 없고 깔끔한 인상이 강하다.
김치에 미치는 영향
까나리액젓을 사용한 김치는 젓갈 향이 약해 깔끔하고 산뜻한 스타일로 완성된다. 단기 숙성 김치, 겉절이, 즉석 김치 등에 특히 잘 어울린다.
멸치액젓 vs 까나리액젓 핵심 비교
| 구분 | 멸치액젓 | 까나리액젓 |
| 향 | 진하고 묵직함 | 가볍고 깔끔함 |
| 감칠맛 | 깊고 농축됨 | 산뜻하고 부드러움 |
| 단맛 | 거의 없음 | 은근히 있음 |
| 염도 체감 | 강함 | 상대적으로 순함 |
| 숙성 안정성 | 매우 우수 | 보통 |
| 추천 김치 | 김장김치, 묵은지 | 겉절이, 즉석김치, 백김치 |






취향·용도별 액젓 선택 기준
멸치액젓이 어울리는 경우
- 김치를 오래 저장해 먹을 때
- 깊은 감칠맛과 전통적인 김치 맛을 좋아할 때
- 진한 젓갈향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때
- 묵은지, 김치찜용 김치를 담글 때
까나리액젓이 어울리는 경우
- 김치를 담가 바로 먹을 때
- 깔끔한 맛을 선호할 때
- 젓갈 비린내에 민감할 때
- 겉절이나 물김치 계열을 만들 때






두 액젓을 섞어 쓰는 방법
최근 많은 김치 전문가와 가정주부들이 활용하는 방식이 바로 액젓 블렌딩이다.
멸치액젓의 깊은 감칠맛과 까나리액젓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취하기 위해 다음 비율을 자주 사용한다.
멸치액젓 7 : 까나리액젓 3
이렇게 섞어 쓰면 진한 감칠맛은 유지하면서 젓갈 향을 부드럽게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김장김치에서 이 조합이 가장 안정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액젓 선택만으로 달라지는 김치 완성도
많은 사람들이 김치에서 고춧가루, 마늘, 생강에만 신경 쓰지만, 실제 완성도를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액젓 선택이다.
- 멸치액젓은 김치 뼈대를 만드는 “근육”이라면
- 까나리액젓은 전체 맛을 부드럽게 감싸는 “살결”에 가깝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김치를 언제 먹을 것인지, 어떤 풍미를 원하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결론 –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목적에 있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의 차이는 확실하다.
- 깊고 묵직한 전통 김치를 원한다면 멸치액젓,
- 깔끔하고 산뜻한 김치를 원한다면 까나리액젓이 정답에 가깝다.
김치 맛은 재료들의 균형으로 완성된다. 액젓 역시 단독 재료로 보지 말고, 사용 목적과 취향에 맞게 골라 조율해야 한다. 때로는 섞어 쓰는 것만으로도 김치의 맛이 한 단계 더 정교해질 수 있다.
올해 김장이나 겉절이를 준비할 때, 습관처럼 고르는 액젓 대신 오늘 소개한 차이점을 기준으로 한 번 더 고민해 본다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